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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언
    한때 14억 대륙의 부(富)를 견인하며 '불패 신화'로 불렸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거대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21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헝다(恒大) 그룹의 파산을 시작으로, 업계 1위였던 비구이위안(碧桂園)마저 채무 불이행 늪에 빠지면서 위기는 중국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화려한 마천루 아래, 완공됐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鬼城)'**가 스산한 모습을 드러내고,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로 방치된 **'란웨이러우(烂尾楼)'**에 갇힌 서민들의 분노는 마침내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라는 집단행동으로 폭발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 '유령도시', '부동산 그룹 도산', '서민들의 반발'을 통해 그 실태를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중국 사회가 마주한 거대한 도전을 조명한다. 제1부: 텅 빈 도시의 신기루, '유령도시(鬼城)' 중국 부동산 버블의 가장 기괴하고 상징적인 장면은 바로 '유령도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 단지, 불 꺼진 사무용 빌딩, 텅 빈 쇼핑몰이 끝없이 펼쳐진 도시. 이는 중국식 개발 모델의 탐욕과 광기가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물이었다. 원인 1: 지방정부의 'GDP 숭배'와 토지재정 모든 문제의 근원은 중국 지방정부의 왜곡된 재정 구조에 있다. 중국 지방정부 관리들의 인사고과에 가장 중요한 지표는 관할 지역의 GDP 성장률이었다. 단기간에 GDP 수치를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규모 건설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들은 '토지재정(土地财政)'이라는 비정상적인 수입 모델에 의존했다. 농민들로부터 싼값에 수용한 토지를 기반 시설을 갖춘 개발용지로 바꿔 부동산 개발업체에 비싸게 팔아넘기는 방식이다. 이 토지 매각 수입은 지방정부 재정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개발업체는 비싸게 산 땅값을 분양가에 전가했고, 이는 고스란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실제 수요와 무관하게 '일단 짓고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도시 외곽에 거대한 신도시들이 경쟁적으로 건설되었고, 이는 유령도시의 탄생을 예고했다. 원인 2: 투기 수요가 만들어낸 거품 중국 서민들에게 부동산은 가장 확실한 부의 축적 수단이었다. 불안정한 주식 시장과 엄격한 외환 통제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다.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사람들은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적 목적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들였다. 개발업체는 이런 투기 심리를 이용해 미래 수요를 과장하며 계속해서 아파트를 지어 올렸다. 이렇게 공급된 수많은 아파트는 실제 거주자가 채우지 못한 채 빈집으로 남아 유령도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대표적 사례: 오르도스 캉바스 신구> '유령도시'의 대명사로 불리는 곳은 네이멍구 자치구의 오르도스 캉바스 신구다. 풍부한 석탄 자원을 바탕으로 100만 명 규모의 최첨단 도시를 꿈꿨지만, 무리한 개발과 자원 경기 하락이 겹치면서 도시는 유령처럼 변했다. 잘 닦인 8차선 도로 위에는 자동차보다 모래바람이 더 자주 보이고, 현대적인 건축물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텅 비어 있다. 이는 수요를 무시한 공급 위주의 개발이 어떤 비극적 결과를 낳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사례다. 제2부: '거인의 몰락', 부동산 그룹의 연쇄 도산 유령도시라는 거대한 버블을 만들어낸 주역인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차례로 쓰러지고 있다. 그 시작은 헝다 그룹이었다. 1)'헝다 쇼크': 빚으로 쌓아 올린 제국의 붕괴 헝다 그룹은 '세 개의 허리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격적인 부채 경영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즉, 정부(토지), 은행(대출), 구매자(선분양 자금)라는 세 개의 허리띠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헝다는 부동산으로 번 돈을 다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전기차, 프로 축구단, 생수, 금융업 등 관련 없는 분야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장했다. 이러한 폭주에 제동을 건 것은 중국 정부였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2020년, 개발업체의 부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3대 레드라인(三道红线)'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부채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돈줄을 막아버리는 조치였다. 새로운 대출이 막히자 헝다는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결국 3,000억 달러(약 400조 원)가 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2021년 공식적인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2)도미노처럼 번지는 위기: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헝다의 붕괴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때 업계 1위이자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비구이위안마저 2023년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며 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헝다가 대도시 중심의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무너졌다면, 비구이위안은 주로 3, 4선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부동산 위기가 일부 부실 기업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에 퍼진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현재 수십 개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져 있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제3부: 서민들의 반발, '란웨이러우'와 '대출 상환 거부' 부동산 그룹의 도산은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그 피해는 평생 모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었던 수많은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1)꿈이 멈춘 곳: 란웨이러우(烂尾楼) '썩은 꼬리 건물'이라는 뜻의 **'란웨이러우'**는 개발업체의 자금난이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건물을 말한다. 중국의 독특한 '선분양' 제도는 란웨이러우를 양산하는 주범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아파트 골조만 올라가도 분양 대금의 대부분을 미리 내야 한다. 개발업체들은 이 돈으로 건물을 완공하는 대신, 다른 사업에 투자하거나 빚을 갚는 데 유용했다. 그러다 자금줄이 막히자 공사는 기약 없이 중단되었고, 아파트는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도시의 흉물로 방치되었다. 수분양자들은 평생 모은 돈을 날리고, 입주도 못한 채 매달 수백만 원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일부는 전기와 수도도 없는 란웨이러우에 직접 들어가 살며 처절한 저항을 하기도 했다. 2)최후의 저항: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停贷潮)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수분양자들은 마침내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2022년 여름, 장시성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은 SNS를 통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대출 상환도 재개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집단행동은 순식간에 중국 전역 100여 개 도시, 300여 개 아파트 단지로 확산되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정권에 심각한 경고였다. 개인의 저항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집단행동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체제를 위협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운동이 금융 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위기가 금융 위기로 전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촉발할 수도 있었다. 중국 정부가 서둘러 란웨이러우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 지원에 나선 것도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제4부: 기로에 선 중국, 고통스러운 전환의 시작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난 40년간 중국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 온 '부채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다. 시진핑 정부 역시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라고 선언하며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환의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신뢰를 잃고 수요가 얼어붙은 시장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다. 수많은 유령도시와 란웨이러우,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남긴 천문학적인 부채는 앞으로 수십 년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G2 경제의 심장부에서 발생한 균열은 세계 경제에 거대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만들면 팔린다'는 성공 방정식에 취해 있던 중국은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텅 빈 도시의 신기루가 걷히고, 부채의 파티가 끝난 자리에서 중국이 어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지,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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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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