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9-08(월)
 
  •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론… "국민 기대 부응 못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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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의사 밝히는 이시바 일본 총리. (도쿄 EPA=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일본 총리가 7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10월 1일 취임한 지 불과 11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 7월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내 거센 퇴진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로 부끄럽다"며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 다음 총재에게 자리를 넘기겠다"고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회견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국민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번 사의 표명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다. 

 

자민당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는 이시바 내각의 국정 운영 동력을 심각하게 저해했으며, 이후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책임론'이 급부상하며 퇴진 요구가 빗발쳤다.

 

당초 이시바 총리는 정권 유지 의지를 수차례 피력해왔다. 그는 미국의 관세 협상 타결 등 시급한 현안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당내 비주류파의 사퇴 요구를 일축해왔다. 그러나 자민당이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는 절차를 시작하기 직전,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시바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총재가 선출될 때까지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후임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것임을 밝혔다. 자민당은 곧바로 차기 총재 선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르면 다음 달 중 새로운 총리가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 후보로는 강경 우파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 進次郎) 농림수산상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두 인물 모두 이시바 총리보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차기 정권의 정책 방향에 따라 일본 국내외 정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자민당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며 한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였던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향후 한일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이시바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5번의 도전 끝에 자민당 총재직에 오르며 '서민 총리' 이미지를 구축했으나, 취임 이후 지지율 하락과 연이은 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약화됐다. 결국 취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되면서 일본 정계는 다시 한번 리더십 공백과 함께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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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일본 총리, 취임 11개월 만에 전격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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