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8-26(화)
 

 

 

'세계의 공장'이라는 칭호는 지난 30년간 중국의 압도적인 제조업 규모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과 방대한 규모에 의존하던 성장 모델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내수 침체와 부동산 위기라는 내부적 도전과, 미국의 첨단 기술 견제라는 외부적 압박 속에서 중국은 '제조업 대국(大国)'에서 '제조업 강국(强国)'으로의 질적 도약을 생존 과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비장의 무기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AI 플러스(AI+) 행동'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을 국가의 모든 산업 혈맥에 수혈하여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거대한 국가적 프로젝트다.

 

 

AI 플러스란 무엇인가? 단순한 기술 융합을 넘어

 

2024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창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처음 공식화한 'AI 플러스 행동'은 모든 산업, 특히 제조업에 AI 기술을 전면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과거 리커창 총리가 추진했던 '인터넷 플러스'의 심화 버전으로, 인터넷이 산업의 '연결'을 담당했다면 AI는 산업의 '두뇌'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에 따르면, 이 전략의 핵심은 **'신형 공업화(新型工业化)'**를 추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 극대화 ▲제품 품질 향상 ▲에너지 소비 및 오염물질 배출 감소 ▲공급망 관리 최적화 등을 달성하는 것을 포함한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은 중국의 AI 핵심 산업 규모가 ‘2025년 4,000억 위안(약 7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며, AI 기술이 실물 경제에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수조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AI 플러스'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수치와 목표를 가진 국가 전략임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구현되는 'AI 공장'의 모습

 

 

'AI 플러스'의 진정한 모습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드러난다. 이미 중국의 선도적인 공장들은 '스마트 공장'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AI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중국 전기차(EV) 선두주자인 BYD의 공장에서는 수천 대의 로봇팔이 AI의 통제 아래 쉴 틈 없이 움직인다. AI 비전 시스템은 0.1mm의 오차까지 실시간으로 검수하며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또한, AI는 글로벌 부품 공급망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생산 계획을 자동 조정한다. 이는 'AI 플러스'가 어떻게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제품 산업: 세계 최대의 가전업체 중 하나인 메이디(Midea)의 스마트 공장에서는 AI가 매일 수억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생산 라인 조합을 찾아낸다. 덕분에 주문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은 과거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철강 및 화학 산업: 과거 대표적인 '굴뚝 산업'도 AI를 통해 변신하고 있다. 바오산 철강(宝山钢铁)은 AI를 용광로 운영에 도입하여, 최적의 온도와 원료 투입량을 계산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10% 이상 개선하고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AI 플러스'는 전통 제조업의 생산 공식을 완전히 새로 쓰고 있다. 과거 인간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던 공정들이 이제는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정밀한 예측과 제어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 기술 자립과 데이터의 딜레마

 


 

물론 중국의 'AI 플러스' 전략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제조업 강국'으로 가는 길에는 몇 가지 결정적인 허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핵심 기술의 대외 의존도다.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고성능 AI 반도체는 여전히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이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는 중국의 AI 발전에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웨이 등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최선단 공정에서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또한, 데이터의 딜레마도 존재한다. AI의 성능은 양질의 데이터에 의해 좌우되는데, 공장 내 수많은 설비와 공정에서 발생하는 산업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공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리며, 이는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데이터 보안과 소유권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난제다.

 

결론적으로, 'AI 플러스' 전략은 중국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규모'에서 '지능'으로 전환하려는 야심 찬 승부수다. 이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미국의 기술 압박을 우회하고 미래 산업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국가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비록 핵심 기술 자립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지만,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국가 차원의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 도전을 정면 돌파하려 하고 있다. 'AI 플러스'의 성공 여부는 향후 10년, 중국이 진정한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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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플러스(+)' 전략,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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