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8-26(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를 꼽으라면, 많은 전략가가 주저 없이 폭 180km의 대만 해협을 지목할 것이다. 매일같이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거대한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해협을 에워싸며 무력시위를 벌인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조국 통일'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공언하는 중국의 거대한 야망과, 스스로를 주권 민주주의 국가로 인식하는 대만의 정체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현장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증폭기까지 더해진 이 대치는 이제 양안(两岸)만의 문제가 아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특이점(singularity)이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치: 압도적 군사력과 비대칭 전략

숫자로 본 양안의 군사적 균형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골리앗에 비견되는 중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이다.

 

병력 및 국방예산: 중국의 현역 병력은 약 200만 명으로, 대만(약 17만 명)의 10배가 넘는다. 공식적인 국방예산 역시 중국이 약 2,300억 달러로 대만(약 190억 달러)의 12배를 상회하며, 실제로는 그 격차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해군 및 공군력: 중국은 3척의 항공모함을 포함해 수백 척의 현대적인 군함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만은 주력함이 20여 척에 불과하다. 공군 역시 스텔스 전투기 J-20 등을 앞세운 중국의 4세대 이상 전투기가 1,200대를 넘는 반면, 대만은 400여 대 수준이다. 수천 기에 달하는 중국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유사시 대만의 주요 군사 시설을 수 시간 내에 무력화할 수 있다.

이러한 압도적 전력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은 전면 침공 위협뿐 아니라, 군용기의 일상적인 위협 비행, 해상 봉쇄 훈련, 사이버 공격과 가짜뉴스 유포 등 전쟁과 평화 사이의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을 통해 대만의 군사적, 심리적 피로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다윗, 대만의 생존 전략은 '고슴도치(Porcupine)'로 요약된다. 전면전에서의 승리가 아닌, 중국의 침공을 최대한 고통스럽고 값비싸게 만들어 포기하게끔 만드는 비대칭 전략이다. 이를 위해 대만은 하푼 지대함 미사일, 슝펑(雄風) 순항미사일 등 적 함대를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또한, 스팅어와 재블린 같은 휴대용 대공·대전차 미사일을 대량으로 확보해 시가전과 상륙 저지 능력을 키우고 있으며, 자체 잠수함과 드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0km의 대만 해협이라는 자연 방어선과 '대만관계법'에 따른 미국의 잠재적 개입 가능성은 고슴도치의 가장 날카로운 가시다.

 

 

실리콘 방패: 반도체가 만든 경제적 딜레마

양안 관계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군사력이 아닌 경제, 특히 반도체다. 대만은 TSMC를 필두로 전 세계 최첨단(7나노 이하)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독점적 공급자다. 이는 대만에게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라는 독특한 방어막을 제공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TSMC의 생산 라인이 멈춘다면, 중국의 첨단 산업은 물론 전 세계 IT, 자동차, 방산 업계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중국 경제에도 자살골에 가까운 충격을 줄 것이기에, 섣불리 군사행동에 나설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역설적이게도, 양안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높다. 대만 전체 수출의 약 35%가 중국(홍콩 포함)으로 향하며, 수많은 대만 기업이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경제적 이해관계는 양안 관계가 군사적 논리로만 재단될 수 없는 복잡성을 띠게 만든다.

 

 

강 건너 불이 아닌 우리의 문제


 

일각에서는 대만 해협의 위기를 '강 건너 불'처럼 여기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직접적인 위협이다.

 

경제 안보의 붕괴: 대만 해협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4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교통로(SLOC)다. 해협이 봉쇄되는 순간, 한국 경제는 에너지를 수혈받지 못하고 수출길이 막히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안보 딜레마: 유사시 주한미군의 전략 자산이 대만 방어를 위해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한반도의 대북 억제력에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동맹으로서의 역할과 지원을 요구받을 경우, 우리는 최대 동맹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파괴적인 선택을 강요당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의 오판 가능성: 동북아에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 북한은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도발의 수위를 급격히 높일 수 있다. 이는 한반도에 제2의 전선이 형성되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결론적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생존 문제다. 현재의 아슬아슬한 현상 유지는 결코 만족스럽지 않지만, 무력 충돌이라는 파국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와 연대해 중국의 무력 사용을 억제하고, 동시에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는 것. 이 위태로운 균형을 관리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태그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하나의 중국, 흔들리는 대만: 양안 관계의 군사적 긴장감과 동북아 안보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