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중국 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사시 포탈라 궁 앞 광장에서 열린 자치구 수립 6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했다.
시 주석이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5일 신임 주중 대사들의 신임장을 제정받은 이후 27일 만이다.
2011년 부주석 시절 이후 14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문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 맞물려 티베트 지역에 대한 통제와 개발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티베트의 빈곤 퇴치 성과를 치하하고,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티베트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시 주석의 이번 티베트 방문은 단순히 지역 지도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티베트를 '안정과 통제'라는 틀에서 관리해왔지만, 시 주석은 여기에 '경제 개발'과 '민족 동질성 강화'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추가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라싸의 포탈라궁 광장과 종교 시설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 만났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기 위해 티베트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티베트의 모든 민족은 중국이라는 대가족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이는 서방 세계가 제기하는 티베트의 인권 및 종교 자유 문제에 대한 정면 반박이자, 중국 정부의 통치 정당성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시 주석은 티베트 철도와 같은 인프라 건설을 통해 티베트의 경제 발전을 가속화하고,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경제적 번영을 통해 티베트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중국 본토와의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티베트의 경제 발전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으며, 시 주석은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시 주석의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사회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적 정체성을 말살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중국의 티베트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경제 발전과 민족 화합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티베트인들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티베트 내부의 일부 주민들은 경제적 혜택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투자로 티베트의 도로는 잘 정비되었고, 전력과 통신망이 확충되는 등 생활 수준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티베트인들은 전통 문화와 종교의 자유가 억압받고, 한족과의 문화적 충돌이 심화되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는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정체성 보존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티베트인들이 처한 복잡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번 시 주석의 방문은 단순한 시찰을 넘어, 향후 티베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적 지원과 함께 티베트 분리주의 세력을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모든 분리주의 활동을 단호히 진압해야 한다"고 지시하며 공안 조직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일국양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처럼, 티베트에 대한 통제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문제 등 종교적 리더십에 대한 통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티베트 문제를 '통일과 안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관리하겠다는 최종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을 성공적인 '민족 화합'의 사례로 선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티베트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경제적 발전이 티베트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티베트의 역사는 중국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1950년 10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티베트 평화 해방’을 명분으로 티베트를 침공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가 과거부터 중국 영토의 일부였으며, 중앙 정부의 통치를 회복하고 서양 제국주의 세력의 영향으로부터 티베트를 해방시키기 위한 정당한 군사 작전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티베트 망명 정부와 국제사회는 이를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에 대한 무력 침략으로 규정한다.
당시 티베트 정부는 항복을 선언하고 1951년 5월 중국과 ‘티베트 평화 해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국의 통치권을 인정했다. 이 협정은 티베트의 자치를 보장한다고 명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티베트의 독립이 종식되고 중국에 복속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티베트는 1959년 대규모 봉기가 발생했으나 중국군에 의해 진압되었고, 달라이 라마 14세는 인도로 망명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이 사건 이후 티베트에 대한 통치를 더욱 강화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