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증권의 기한이익상실(EOD) 발동 따른 조기상환 요구… 예금 부족으로 미결제
- 중앙일보 측 "워크아웃 추진 중, 특정 채권자 우선 상환은 형평성 위배" 맞서
- 언론계 충격 속 주채권은행 및 금융당국 후속 조치에 촉각
종합일간지 중앙일보가 22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조기상환 요구를 이행하지 못해 결국 1차 부도 처리됐다. 중앙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를 앞둔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의 자금 회수 압박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만기 전 조기상환 요구에 발목… 1차 부도 공시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전날인 18일 자로 1차 어음 부도 처리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앙일보 측은 공시를 통해 "18일 채권자의 어음 지급 제시가 있었으나, 당사의 예금 부족으로 결제 대금을 변제하지 못해 1차 어음 부도 처리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동성 경색이 실질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로 번진 순간이다.
한양증권, EOD 발동으로 선제적 자금 회수 나서
이번에 부도 처리된 어음은 한양증권이 보유한 중앙일보 발행 CP 전량이다. 해당 어음의 당초 만기일은 올해 12월 7일(120억 원)과 내년 3월 30일(100억 원)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앙그룹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채권자인 한양증권은 중앙일보의 신용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판단,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을 근거로 만기 전 조기 상환을 전격 요구했다. 자금 여력이 고갈된 중앙일보는 이를 막아낼 방도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앙일보 "채권자 형평성 유지해야… 개별 상환 불가"
중앙일보는 이번 1차 부도 사태에 대해 특정 채권자의 무리한 자금 회수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사측은 전날 발표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재 주채권은행과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모든 채권자 간의 형평성을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채권자에게만 개별적으로 만기 전 조기 상환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며 구조조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향후 채권단 협의 과정에서 한양증권의 독자적 행보를 비판하고 명분을 쌓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이란?
금융거래에서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지거나 계약상 중대한 위반이 발생했을 때, 금융기관 등 채권자가 만기일 이전이라도 남은 대출금을 즉각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자는 "워크아웃이 정식으로 개시되기 전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에서 종종 발생하는 전형적인 채권자 간 눈치싸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채권은행 주도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이 가동되면 채무 상환이 유예되지만, 그 직전 단계에서는 담보나 채권을 먼저 확보하려는 제2금융권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중앙일보가 최종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주채권은행의 신속한 개입과 전체 채권단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