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자녀 정책'의 부메랑과 Z세대의 '출산 파업'
2022년 1월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수치는 세계사에 기록될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중국의 인구가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마오쩌둥 시대의 대기근 이후 처음으로 14억 인구 대국의 신화가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1978년 개혁개방으로 세계를 향해 문을 연 사건만큼이나, 2022년의 인구 감소는 '중국의 시대'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조용한 총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미부선로(未富先老)'**라는 네 글자로 요약한다. 선진국처럼 ‘부유해지기도 전에 먼저 늙어버리는’ 국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도전이다. 풍부하고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던 ‘인구 보너스(Demographic Dividend)’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2025년 8월 현재, 인구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중국이 왜 이처럼 가파른 인구 절벽에 직면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원죄와 현재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추적하고, '늙어가는 용'이 마주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심층 진단한다.
제1부: 예고된 재앙 - '한 자녀 정책'이라는 이름의 원죄(原罪)
중국의 인구 문제를 논할 때, 1979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36년간 이어진 **‘한 자녀 정책(计划生育)’**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인구 폭발이 국가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공포에서 시작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급진적인 인구 통제 실험이었다.
1. 정책의 명분과 잔혹한 현실
당시 덩샤오핑 지도부는 개혁개방의 성공을 위해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한 부부, 한 자녀’를 강제하는 이 정책은 강력한 국가 권력을 통해 집행되었다. 목표를 초과한 임신에 대해서는 강제 낙태와 불임 시술이 자행되었고, 이를 어길 시에는 막대한 벌금과 사회적 불이익이 가해졌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비극과 인권 유린이 발생했지만, ‘국가의 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묵인되었다.
2. 돌이킬 수 없는 유산: 비뚤어진 인구 구조
‘한 자녀 정책’은 단기적으로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대가로 중국 사회에 깊은 상처와 기형적인 인구 구조를 남겼다.
1)'4-2-1' 가족 구조의 비극
: 한 명의 자녀가 부모 두 명과 조부모 네 명, 총 여섯 명을 부양해야 하는 압도적인 부담을 지게 되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기형적인 부양비 구조다.
2)사라진 딸들, '성비 불균형'
: 남아 선호 사상과 맞물려 여아에 대한 선택적 낙태가 만연했다. 그 결과, 현재 중국에는 결혼 적령기 남성이 여성보다 수천만 명 더 많은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이는 결혼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다.
3)'소황제(小皇帝)' 세대의 등장
: 과보호 속에서 자란 외동아들, 외동딸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되었고, 이는 현재 중국 사회의 특징을 규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한 자녀 정책’은 미래 세대의 인구를 ‘빌려와’ 현재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과 같다. 이제 그 빚을 갚아야 할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제2부: Z세대의 '출산 파업' -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2016년, 중국 정부는 뒤늦게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전면적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했으며, 2021년에는 ‘세 자녀 정책’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파르게 추락했다. 이제 문제는 ‘낳지 못하게 하는’ 국가의 통제가 아니라, ‘낳을 수 없고, 낳고 싶지 않은’ 청년 세대의 자발적인 ‘출산 파업’으로 바뀌었다.
1. 감당할 수 없는 3대 압력: 집, 교육, 의료
오늘날 중국의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3개의 거대한 산(三座大山)’**에 짓눌려 있다.
1)주택
: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도시의 집값은 평범한 월급으로는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다. ‘결혼하려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집 문제는 결혼의 첫 번째 관문이자 가장 높은 장벽이 되었다.
2)교육
: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경쟁은 한국 이상으로 살인적이다. 조기 교육부터 시작해 각종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중산층 가정의 허리를 휘게 만든다. 2021년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초토화시킨 ‘솽젠(双减)’ 정책은 역설적으로 교육 불안감만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3)의료
: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녀나 부모가 아플 경우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가계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는 공포가 크다.
2. ‘996’와 ‘내권(内卷)’, 그리고 ‘탕핑(躺平)’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의미의 ‘996’ 문화는 중국 청년들의 삶을 소진시키고 있다. 의미 없는 소모적 경쟁을 뜻하는 ‘내권(内卷)’ 속에서 이들은 번아웃에 내몰린다. 이러한 절망감 속에서 청년들은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최소한의 생존만 추구하는 ‘탕핑(드러눕기)’을 택하거나, 더 나아가 **“우리가 마지막 세대(我们是最后一代)”**라며 출산을 통한 고통의 대물림을 거부하고 있다.
3. 깨어난 여성들의 선택
과거 세대와 달리,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경제적 자립을 이룬 현대 중국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이들은 가부장적인 결혼 문화와 독박 육아의 현실 속에서 자신의 경력과 삶을 희생하기를 거부하며, 비혼과 비출산을 삶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제3부: '인구 보너스'의 소멸 -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
인구 구조의 역전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이었던 중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1)노동력 부족과 제조업의 위기
: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은 ‘메이드 인 차이나’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노동 인구(15~59세)는 2012년을 정점으로 이미 10년 넘게 감소 중이다. 공장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인건비는 급등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2)소비 시장의 붕괴
: 젊은 인구는 소비의 주체다.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아기용품부터 자동차,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수 시장이 구조적으로 위축됨을 의미한다. 이는 ‘내수 중심 성장’을 외치는 중국 정부의 계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3)연금 시한폭탄
: 현재 중국의 연금 제도는 ‘두 명의 노동자가 한 명의 퇴직자를 부양’하는 구조지만, 수년 내에 ‘한 명의 노동자가 한 명의 퇴직자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연금 고갈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며, 이는 거대한 사회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제4부. 결론 및 제언
중국의 인구 위기는 부동산 부채나 미중 갈등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도전이다. 다른 문제들은 정책적 노력으로 해결하거나 완화할 여지가 있지만, 인구라는 거대한 흐름은 한번 방향이 바뀌면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출산 장려를 위해 현금 보조금, 육아 휴직 확대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년들이 겪는 구조적인 압력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새로운 시대의 결혼·출산 문화’를 강조하며 국가주의적 해법을 모색하는 듯한 움직임도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젊은 세대의 더 큰 반발을 살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인구 보너스'에 기반한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중국은 줄어드는 노동력과 늘어나는 부양 부담 속에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중국의 꿈’은 '늙어가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벽 앞에서 그 빛이 바래고 있다. 인구는 운명이다. 그리고 중국은 지금, 그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