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2025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 발표… 작년 신고 건수 2만 6,578건 역대 최다
- 전체 가해자의 75.1%가 가족 및 친척, 자녀 제치고 배우자 학대가 1위 차지
- 노인 부부 독거 가구 증가와 간병 스트레스 누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가운데, 국내 노인 학대 사건이 1년 새 11.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대 가해자 5명 중 2명 꼴로 '배우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 부양'의 부담이 가정 내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제10회 노인 학대 예방의 날(6월 15일)을 사흘 앞둔 1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파른 신고 증가세… 5년 새 50% 이상 폭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9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총 2만 6,5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접수 건수인 2만 2,746건과 비교해 16.8% 증가한 수치다. 5년 전인 2020년(1만 6,973건)과 비교하면 무려 50% 이상 급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고 접수 후 실제 학대로 판정된 건수 역시 전년 대비 11.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증가세가 은폐되어 있던 가정 내 학대 사례가 밖으로 드러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학대 발생 빈도 자체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노인 단독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웃이나 지역 사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적' 된 가족… 가해자 1위는 배우자
학대 가해자의 인적 사항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75.1%가 가족과 친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가해자의 유형이다. 과거 주된 가해자로 지목되던 '자녀'의 비중을 제치고 '배우자'가 전체 가해자의 약 40%(5건 중 2건)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다.
전통적인 대가족 형태가 해체되고 자녀 없이 노인 부부만 거주하는 가구 비율이 급증한 것이 핵심 원인이다. 치매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배우자를 홀로 돌보며 발생하는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결국 학대와 방임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 조사관들에 따르면, 배우자에 의한 학대는 오랜 기간 누적된 피로감과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단순한 처벌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계에 달한 사적 부양… 공적 돌봄망 확충 시급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일탈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개별 가정, 특히 고령의 배우자에게 전가하는 현재의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더라도 경제적 빈곤이나 돌봄 인력 부재로 인해 피해 노인이 다시 학대 가정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주야간 보호센터 확충, 가족 돌봄 제공자를 위한 휴식 지원(Respite care) 프로그램 등 공적 개입의 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벌 중심의 접근에서 돌봄 제공자 지원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익명을 요구한 대한노인법률지원센터 관계자는 "배우자에 의한 노인 학대 사건의 상당수는 '간병 살인'과 궤를 같이하는 구조적 비극입니다. 가해자 역시 고령의 노인으로, 장기간의 수면 부족과 우울증 등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인복지법상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제39조의9)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발생하기 전 돌봄 제공자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킬 수 있는 '가족휴식지원제도'의 법제화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방문 간호 서비스 확대가 시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