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8-26(화)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붕괴 직전으로 몰고 갔던 것처럼, 헝다(恒大)와 비구이위안(碧桂园)의 연쇄적인 채무 불이행은 중국판 '리먼 모멘트'의 공포를 불러왔다. 중국의 부동산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국가 경제 성장의 약 25%를 차지하고, 가계 자산의 70%가 묶여 있는 경제의 심장이자 사회 안정의 기반이다. 이 심장이 멎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국가'가 시장의 구원투수로 직접 등판한 것이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전례 없는 이 '중국식 해법'은, 시장경제 원칙에 익숙한 서방 세계에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도박은 성공할 수 있으며, 세계 시장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수치로 본 위기: '유령 도시'와 멈춰버린 크레인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심각성은 몇 가지 수치로 압축된다. 골드만삭스 등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미분양 주택 재고 규모는 완공 주택과 건설 중인 주택을 포함해 약 ‘30조 위안(약 5,7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 면적만 해도 수억 제곱미터에 이르며, 이를 모두 소화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팔리지 않은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업체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란웨이러우(烂尾楼, 썩은 꼬리 빌딩)'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대출 이자만 내며 영원히 완성될지 모를 아파트를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의존해 재정을 충당해 온 지방정부들은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하며 극심한 재정난에 빠졌다. 이처럼 부동산 위기는 금융 시스템, 지방 재정, 그리고 민생을 동시에 위협하는 복합 골절과 같다.

 

 

'국가 매입' 카드: 중국식 해법의 작동 방식

이 복합 골절을 치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처방의 핵심은 바로 '국가에 의한 재고 흡수'다. 지난 5월, 중국인민은행(PBOC)은 3,000억 위안(약 57조 원) 규모의 재대출 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금은 국책은행 등을 통해 지방정부 산하 국유기업(SOE)에 저금리로 공급된다. 지방 국유기업은 이 돈을 활용해 시장에 쌓여있는 미분양 주택 중 일부를 '합리적인 가격'에 매입한다. 그리고 매입한 주택은 저소득층을 위한 '보장성 주택(保障性住房)' 즉,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전환된다.

 

이 정책은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노린다.

 

개발업체 유동성 공급: 미분양 주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한 부동산 개발업체는 급한 빚을 갚고, 중단된 '란웨이러우'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 이는 금융 시스템으로의 위기 전이를 차단하는 방화벽 역할을 한다.

 

부동산 재고 해소: 시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미분양 물량을 국가가 흡수하여 시장의 수급 균형을 맞추고, 추가적인 가격 폭락을 막는다.

 

사회 문제 해결: 매입한 주택을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함으로써, 시진핑 주석이 강조해 온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라는 원칙을 실현하고 '공동부유' 이념에도 부합한다.

 

 

거대한 도박: 57조 원은 충분한가?


 

이 중국식 해법은 시장의 붕괴를 막겠다는 국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규모의 미스매치'다. 중앙은행이 마련한 3,000억 위안의 재대출 기금은 시중 은행의 대출을 유도해 최대 ‘5,000억 위안(약 95조 원)’의 유동성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수십조 위안에 달하는 전체 미분양 재고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디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바다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방정부의 재정난 역시 심각한 걸림돌이다. 이미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는 지방정부가 추가로 빚을 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지, 또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합리적인 가격'을 두고 벌일 개발업체와 정부 간의 줄다리기 역시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덕적 해이'의 문제도 피할 수 없다. 부실 경영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을 결국 국가가 구제해준다는 선례는, 장기적으로 시장 규율을 무너뜨리고 더 큰 위기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시장을 완전히 회복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급한 불을 끄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응급 수혈'에 가깝다. 이 정책이 시장에 보내는 가장 강력한 신호는, 중국에서는 경제 논리보다 '정치적 안정'과 '사회 통제'가 항상 우선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의 종언과 국가의 귀환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이 거대한 도박이 중국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문제를 이연시키는 미봉책에 그칠지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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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붕괴 막기, 중국식 해법은 시장에 어떤 신호를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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