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 장기화에 국제유가 고공행진, ‘5월 추가 인상’ 불가피
- 미국 왕복 시 할증료만 40만 원 추가 부담… 장거리 노선 직격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달 발권되는 국제선 항공권의 유류할증료가 전월 대비 최대 3배 이상 뛰어올랐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유류할증료만으로 왕복 기준 4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해외여행 부담은 물론 물류 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장거리 노선 이용객 ‘할증료 폭탄’ 현실화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사는 4월 발권 국제선 항공권에 적용되는 유류할증료를 전월보다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까지 한 자릿수 단계를 유지하던 유류할증료 등급은 이달 들어 최대 3.5배가량 상승하며 근래 보기 드문 급등세를 기록했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부담은 더욱 선명하다.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유류할증료는 왕복 기준 42만 5,000원~48만 원 선에 형성됐다. 이는 지난달 동일 노선 대비 약 28만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 역시 전월보다 2~3배 오른 8만 원~15만 원대의 할증료가 부과된다.
공항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6) 씨는 "다음 달 미국 출장을 위해 항공권을 알아보던 중 유류할증료가 한 달 만에 세 배나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며 "비행기 값의 절반 가까이가 할증료인 셈이라 일정을 조정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동 분쟁 장기화가 부른 ‘에너지 인플레이션’
이번 유류할증료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이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의 갤런당 평균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근 중동 지역 내 전면전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상회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국제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경우, 다음 달 유류할증료는 이달보다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익명을 요구하며 밝혔다.
여행업계 위축 및 물류비 상승 우려
유류할증료 인상은 여행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인해 2분기 해외 패키지 예약 문의가 전월 대비 15%가량 감소했다"며 "유가 변동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여행 시장의 냉각기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 화물 요금 또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 노선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 증가에 따른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국제 유가 상승은 수급 불균형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반한 것이라 예측 불가능성이 크다"며 "항공사들은 유가 헤징(Hedging) 전략을 강화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급격한 할증료 인상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유류세 한시적 감면 확대 등의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