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안화·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 달러 패권 우회 및 제재 무력화 의도
-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 승인 완료...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비상'
이란 정부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대상으로 대규모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결제 수단으로 미 달러화 대신 위안화와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우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과 금융 질서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결제 수단 다변화로 '달러 패권' 정조준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해당 통행료를 중국 위안화 또는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으로만 결제받을 방침이다.
이는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 결제망(SWIFT) 제재를 회피하는 동시에,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로, 실제 징수가 이뤄질 경우 글로벌 정유사 및 해운업계의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란 의회 상임위 통과... 법제화 '속도'
이란 내부의 법적 근거 마련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란 관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신규 관리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 계획안에는 통행료 규정을 포함한 해협 내 선박 통제권 강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해당 자금을 해협 내 해상 안전 확보와 환경 오염 방지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이를 사실상의 '에너지 무기화'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국제법상 공해 및 국제 해협에서의 무해통항권(Right of Innocent Passage)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물류비용 상승 및 유가 변동성 증대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는 해협 특성상, 일일 기준 약 2,000만 달러(한화 약 270억 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수조 원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해운업계는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중동 노선을 운행하는 한 해운사 관계자는 "배럴당 1달러는 단순 수치를 넘어 수익성에 직격탄을 주는 수준"이라며 "보험료 인상과 결제 시스템 변경 등 행정적 혼란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법 전문 변호사는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에 따르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은 통행료 부과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가 있다"며 "이란의 이번 조치는 국제 관습법에 정면으로 위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위안화 결제를 선택한 것은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의 금융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는 공급망 불안을 가중시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법상 이란은 해당 해역의 상당 부분을 영해로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국제 해협으로 간주하고 있어 향후 통행료 징수 강행 시 군사적·외교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