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태생 ‘박은주’의 50년 만의 귀환… 사상 첫 여성 주한 美 대사
- 정치적 중량감 실린 ‘인사이더’ 전면 배치… 한미 동맹 현대화 ‘신호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신임 주한 미국대사 후보자로 미셸 박 스틸(70·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을 공식 지명했다. 지난해 1월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 이임 이후 14개월간 이어온 주한 미국대사 공백 사태가 종식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스틸 지명자에 대한 인준 요청서를 연방 상원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14개월 만의 대사 공백 해소… ‘한국계’ 실세 정치인 전면 배치
이번 지명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지연되었던 핵심 동맹국 외교 진용 정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주한 미국대사직은 지난해 1월 이후 대사 대리 체제로 운영되어 왔으며,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의 대한국 외교 우선순위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스틸 지명자는 공화당 내 대표적인 한국계 정치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사이더’로 분류된다. 2020년 연방 하원에 입성해 재선에 성공하며 세입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그를 “가장 강력한 여성 의원 중 한 명”이라며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바 있다.
서울서 태어난 ‘박은주’… 50년 만에 ‘특명전권대사’로 모국행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지명자는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 오렌지카운티 감독관을 거쳐 한국계 여성 최초로 미 연방 하원의원 고지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번 지명이 확정될 경우, 그는 성 김 전 대사(2011~2014 재임)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이자, 사상 첫 여성 주한 미국대사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유창한 한국어 구사 능력과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는 향후 대(對)한국 공공외교 및 고위급 소통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 외교 넘어선 ‘정치적 중량감’… 한미 현안 해결사 역할 기대
외교 전문가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인적 충원을 넘어선 ‘전략적 배치’로 평가한다.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백악관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정치인을 대사로 보냄으로써, 한미 간 산적한 난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재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재편 △북핵 위협 대응 △원자력 협력 등 민감한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스틸 지명자가 미 의회 내에서 구축한 네트워크와 트럼프 행정부 핵심부와의 소통 창구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스틸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라며 “그의 지명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미 동맹의 틀을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재정립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직 하원의원 출신의 정치적 선명성이 인준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는 이르면 다음 달 중 개최될 예정이며,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를 거쳐 정식 부임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